일 시; 2015년 7월 17일
구 간: 정읍역 - 공설운동장 - 과교삼거리 - 입암우체국 - 대흥동 경노당 - 천원천 둑방길 - 입암면사무소 - 입암저수지 -
군령마을 - 갈재 - 백양역 (20km)
전북 제8길: 노령산맥 20km
전북마지막 구간이다. 20km를 완주하고 백양사까지 답사한다는 계획을 실천하기위해 여명이 터 오는 새벽 5시 숙소를 나선다. 가로등 불빛이 정겨운 정읍역광장은 어둠속에 잠겨있고, 싱그러운 새벽바람이 목덜미를 스친다.
연지교를 건너 정읍공설운동장에 도착한다. “시민이 행복한, 자랑스러운 정읍”의 슬로건아래 도민체전을 개최한 11만 6천명 정읍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금자리다. 칠정마을입구를 지나 1번 국도와 만나는 과교삼거리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전주와 내장산, 오른쪽으로 광주와 장성방향이다.
내장산은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산이다. 숨겨진 보물이 무궁무진하여 붙여진 내장산은 신선봉을 주봉으로 장군봉,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불출봉, 서래봉, 월영봉, 문필봉 등 9개의 봉우리가 말발굽처럼 돌아가며 호남정맥의 구심점을 이루고, 백암산을 포함하여 내장산 국립공원을 형성하고 있다.
삼남길은 오른쪽으로 특수교육기관인 “다솜학교”를 지나 호남선위로 연결된 과교입체교차로에 올라선다. 남쪽으로 보이는 입암산과 방장산사이로 잘록하게 생긴 안부가 오늘 넘어갈 갈재다. 전라남북도를 가르는 분수령이요, 서, 남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降雨를 적당하게 조절하여 호남평야를 살찌우는 소중한 산맥이다.
호남KTX철도 밑을 통과한 1번국도가 호남고속도로와 나란히 진행한다. “기업하기 좋은 1등 도시 정읍” 입간판을 바라보며, 산수가 수려하고 기름진 호남 벌을 품고 있는 정읍이 기업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지방자치의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내장산 자락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며 입암우체국에 도착하여 맞은편으로 '보천교 중앙본소' 간판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발걸음이 골목길로 이어지고, 뜻밖에도 삼남길 리본을 발견한다. 어제 정읍2산단 야산에서 잃어버린 뒤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대흥통합경로당 옆으로 허름한 가옥이 보천교 중앙본소다. 1909년 증산교의 창시자인 강일순이 사망한 뒤, 사촌처남인 차경석이 교권을 장악하고, 조선이 세계통일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1921년 경상남도 함양군 황석산에서 대규모 천제를 올리고 교명을 보천교로 제정했다.
1936년 차경석이 죽고 일제의 '유사종교해산령'에 따라 보천교도 해체된 후, 8·15해방 후 다시 조직되었지만, 신파와 구파로 분열되면서 교세가 약화되었다. 교리는 인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신앙의 대상은 삼광영으로서 일·월·성을 받든다. - 백과사전에서 인용 -
리본을 따라 대흥동 마을길을 가는 중에 이색적인 '초코마루' 건물을 만난다. 수제초콜릿 체험공방이다. 정읍, 고창마을 만들기 창안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색적인 체험공간이다. 동구 밖을 지나 천원천 둑방길을 걷는다. 호남고속도로 토끼 굴을 빠져나와 입암면사무소 앞에 도착한다.
입암면사무소 앞에서 백양역까지 갈재길(9.8km)이 시작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서울의 성곽길, 부여사비길과 함께 10곳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탐방로'로 선정하여 2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여 갈재길 4.3km를 정비하였다. 갈재길은 조선10대로 중 하나였던 삼남대로(서울-해남 410km)중에서 옛길의 흔적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이라고 한다.
입암저수지를 지나면서 호남고속도로와 호남KTX철도 토끼굴을 빠져나오면, 왼쪽으로 노령역이 보이고 KTX철길 옆으로 군령마을을 찾아간다. 마을입구에는 당산나무가 있고, 옛날 갈재에 도둑들이 많아 험난한 고개를 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위해 군인들이 주둔했다고 한다.
초가모형의 정자에서 갈무리를 하고 산기슭으로 들어서면, 웃자란 가시덤불이 앞을 가리고 지난밤에 내린 빗물이 웅덩이를 만들어 초입부터 발걸음이 느려진다. 산길을 오르면서 가장 위험한 것이 벌집과 뱀들의 공격이다. 무방비상태에서 당하는 수난이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한국야구르트 입간판이 있는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옛날 철길로 이어진다. 편백나무 숲속으로 들어서면 한기가 느낄 정도로 울창하고, 터널위로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진다. 삼남길 410km에서 가장 높은 곳은 차령고개이지만, 울창한 원시림과 가파른 계단 길은 갈재가 으뜸이다.
촘촘히 붙어있는 리본과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나 홀로산행에서는 그 옛날 도둑들의 횡포 대신 산짐승들의 출현에 신경이 곤두선다. 갈재정상에는 길손들의 휴식처인 정자가 있고, 200여 m 내려서면 옹달샘이 길손들을 반겨준다. 그 옛날 갈재를 오르는 길손들에게는 소중한 생명수다.
조선숙종 때 전염병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숙빈 최씨(동이)에게 용흥산 스님이 네가 살려면, 장성갈재로 가라고 일러준다. 거지행색의 동이가 샘가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나주부사로 부임하던 민돈중의 눈에 띄어 한양으로 오게 된다. 후에 숙종의 총애를 받아 인현왕후도 구하고, 자신도 숙빈의 책봉을 받아 영조의 생모가 되었다고 한다.
갈재길에서 지루하게 5km를 걸어간 뒤 백양역에 도착하며 전북구간을 완주한다. 현재시각이 10시 20분, 용산행 무궁화(14시 9분) 표를 구입하고 다음 행선지인 백양사로 향한다.
호남선
입암산(좌)과 방장산(우)
호남고속철도
내장산(좌)과 입암산(우)
내장산 신선봉(중앙)
폐 철교 터널
갈재정상에 있는 정자
방장산 끝 자락
호남고속도로
미륵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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