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개인글

[스크랩] 두번은 없다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Wislawa Szymborska]

한적한길 2016. 10. 22. 23:27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고
낙제는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
두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 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개의 투명한 물방울 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두번은 없다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만물은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보편성도 예외일 수 없다. 페러다임의 변화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어제의  장미꽃이 내일은 돌일 수 도 있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은 사라질 수 있고

사라지는 것이 아름다운 것(美)이기도 하다

이같은  진리의 가변성은 차이(diffrence)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백인, 남성, 상류계층, 어른, 정상인 등 소위 기득권은 그 반대의 소수자나 약자들을 (흑인, 여성, 빈민, 아이, 장애인) 인정하고

배려해야한다. 그들은 다른 생각은 갖고 있는 장미꽂일 뿐이다

미소짓고 어께동무하고 일치점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 난자기생각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피로 흥건하게 물든 고문실 벽처럼
내 안에 무덤들이 똬리를 틀지언정,
나는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고 싶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내가 듣고 쓰는 것, 그것으론 충분치 않다
터무니없이 미약하다

우리가 내뱉는 말에는 힘이 없다
그 어떤 소리도 하찮은 신음에 불과하다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단어를 찾아서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용감함은 비겁함이요

천박함은 거룩함이며

잔인함은 자비하고

가장 적대적인것은 가장  온건하다

그렇다면 정말 솟구치는 단어는 무엇인가

도무지 찾을 수없다

사전에도 없다

결국 시인은 그 단어를 찾지 못한다

진리는 상대적이기때문일 것이다

양자물리학에서 우리가 파장을 관찰 할 수 없다

파장을 관찰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입자로 변하기때문이다

가장 치열한 단어는 그 의미를 부여하는

이름을 명찰다는 순간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시인도 그 단어를 찾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노력할 뿐이다    ..  난자기생각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Wislawa Szymborska]



접시들은 있지만, 식욕은 없어요.
반지는 있지만, 이심전심은 없어요,
최소한 삼백 년 전부터 죽.

부채는 있는데―홍조 띤 뺨은 어디 있나요?
칼은 있는데―분노는 어디 있나요?
어두운 해질 녘 류트를 퉁기던 새하얀 손은 온데간데없네요.

영원이 결핍된 수만 가지 낡은 물건들이
한자리에 다 모였어요.
진열장 위에는 콧수염을 늘어드린 채
곰팡내 풀풀 풍기는 옛날 파수꾼이
새근새근 단잠을 자고 있어요.

쇠붙이와 점토, 새의 깃털이
모진 시간을 견디고 소리 없이 승리를 거두었어요.
고대 이집트의 말괄량이 소녀가 쓰던 머리핀만이
킬킬대며 웃고 있을 뿐.

왕관이 머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어요.
손은 장갑에게 굴복하고 말았어요.
오른쪽 구두는 발과 싸워 승리했어요.

나는 어떨까요, 믿어주세요, 아직도 살아 있답니다.
나와 내 드레스의 경주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어요.
아, 이 드레스는 얼마나 고집이 센지!
마치 나보다 더 오래 살아남기를 열망하듯 말이죠.


박물관ㅡ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강허달님 / 거리



시인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가수라 생각해요

사실 그대로를 글로도 쓰고

음악으로 저렇게 표현할 수 있네요..난자기생각




공짜는 없다, 모든 것은 다 빌려온 것이다.
내 목소리는 내 귀에게 커다란 빚을 졌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대가로
스스로를 고스란히 내놓아야 하며,
삶에 대한 대가로 생명을 바쳐야 한다.

자, 여기 모든 것은 이미 준비되었다.
심장은 반납 예정이고,
간도 돌려주기로 되어 있다.
물론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도 마찬가지.

계약서를 찢어 버리기엔 이미 늦었다.
내가 진 빚들은 전부 깨끗이 청산될 예정.
내 털을 깎고, 내 가죽을 벗겨서라도.

나는 빚진 자들로 북적대는
세상 속을 조용히 걸어 다닌다.
누구는 자기 날개에 대한 빚에 눌려
내려앉고,
또 다른 누구는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나뭇잎 한 장, 또 한 장... 셈을 치르는 중이다. 

우리 몸속의 세포조직들은
빚쟁이 손에 모조리 넘어가 버렸다.
솜털 하나, 줄기 하나도
영원히 간직할 순 없는 법.

장부 기록은 모두 정확하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빈털털이 정도가 아니라
완벽한 무(無)의 상태로 남겨질 예정이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내 이름이 적힌 이 복잡한 명세서를
스스로 펼쳐 보게 되었는지.

이 거래에 반대하는 지급거절증서를
우리는 ‘영혼’이라 부른다.
이것은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유일한 항목이기도 하다.


공짜는 없다 ㅡ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새벽녘 풀입위에 소리 없이 맺힌 이슬방울

투명한 네 피부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그래도 눈부시게 아름답고 영롱하리라

바지런한 여치 한마리

너를 만나 긴 목마름을 달랜다

멀리서 일광이 너를 비춰온다

그 빛은 너로 인해 무지개로 피어나고

너는 그 빛을 따라 또 다시

먼 여행을 한다

네가 자리잡은 그곳은 네 소유가 아니다

너의 영광과 좌절도 네 것이 아니다

너의 머뭄이 짧은 것도 네 뜻이 아니다

너는 다름아닌 무(無) 였다

그러나 섭섭해 하지마라

내일 아침이면

그곳에 다시 네가 있으리니 ..


아침이면 / 난자기








출처 : 오자기일기
글쓴이 : 난자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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