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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봤던
작은 봉우리 얘기해 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곤
생각질 않았어
나한텐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진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니야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 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진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가끔 어쩌다가
혹시라도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땐,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거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고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에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 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http://www.youtube.com/watch?v=9INbCyTf_bM
↗
(여길 클릭하셔서, 김민기의 <봉우리>
뮤직비디오를 감상하세요)
그게 언제였었지 ?
뒷동산 나트막한 봉우리에 올라
저 아주 멀리 희미하게 펼쳐져 있었던
큰산을 바라보았던 때가 ?
큰산 뒤에 가려진 곳에도 봉우리가
계속 이어 달릴거라고 생각하다,
이내 그렇게만 달리지는 못할거야,
언젠간 땅이 끝나고 이내 바다에 막혀
더이상 봉우리는 멈출거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들 모두는 힘겹게 올라야하는
각자의 봉우리를, 우리가 사는 동안
오르고 내리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
인생의 뜰에는 삶 그리고 시간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놓여져서
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게 하는데,
이것이 오르고 내리는 수고를 해야하니
보통 힘이 들고 땀이 나는게 아니란 말이지.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헉헉거리며,
비실 걸음에 진땀을 줄줄 흘리며 봉우리를
넘는 일이 매일 반복되거든.
산의 최고봉에 올라,
산아래 저 멀리로 낮게 보이던
광경을 떠올려봐.
그 정상에서 내려다본 세상과
잠시 멀어졌던 사람들이 머리속으로
그리고 얘기속으로 들어오며,
또 고생하며 올랐던 많은 봉우리들을
거꾸로 되돌아가, 다시 내가 아는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잖아.
누구든 먼저 가서 제일 높은
봉우리에 서고 싶겠지.
일등 하려고 밤새 공부하고,
노는 날도 공부하고, 돈도 많이 들여
과외지도도 받고 하는 일과 같은 걸꺼야.
높은 봉우리에 오르고 머무는 일이
어디 그냥 주어지는 일이지 않다보니까.
우리는 큰 도시에 살수록 더 큰 삶의
봉우리들을 만나게 되는데, 산골에 있는
진짜 봉우리보다 쳐다보는 것도,
다가가고 오르는 것도 너무 힘겨워
우린 자주 지치고 아프게 되곤 하지.
산에 가는 일이 그냥 산에 가면 되는 일인데,
어떤 봉우리를 목표로 정해서 시간내에
거기에 도달해야하는 우리들의
계획들이, 봉우리를 봉우리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내가 다가가 머물 봉우리는 어때야할까 ?
봉우리 너머 한없이
산이 이어지며 봉우리는 계속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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