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돌
나희덕
움켜쥐고 살아온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놓고 펴 보는 날 있네
지나온 강물처럼 손금을 들여다보는
그런 날 있네
그러면 내 스무살 때 쥐어진 돌 하나
어디로도 굴러가지 못하고
아직 그 안에 남아 있는 걸 보네
가투 장소가 적힌 쪽지를 처음 받아들던 날
그건 종이가 아니라 뜨거운 돌이었네
누구에게도 그 돌 끝내 던지지 못했네
한번도 뜨겁게 끌어안지 못한 이십대
火傷마저 늙어가기 시작한 삼십대
던지지 못한 그 돌
오래된 질문처럼 내 손에 박혀 있네
그 돌을 손에 쥔 채 세상과 손잡고 살았네
그 돌을 손에 쥔 채 글을 쓰기도 했네
문장은 자꾸 걸려 넘어졌지만
그 뜨거움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쓰던 밤 있었네
만일 그 돌을 던졌다면, 누군가에게, 그랬다면
삶이 좀더 가벼울 수 있었을까
오히려 그 뜨거움이 온기가 되어
나를 품어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하네
오래된 질문처럼 남아 있는 돌 하나
대답도 할 수 없는데 그 돌 식어 가네
단 한 번도 흘러 넘치지 못한 화산의 용암처럼
식어 가는 돌 아직 내 손에 있네
【나희덕 시인】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등단.
*연세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
*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반 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시론집으로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등.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달진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훈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