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 5권.
중앙선데이에 연재되는 분량을 모아모아 출간하는 책이라 2015년에 4권까지 신나게 읽고 5권이 언제나오는지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여름에 5권이 나왔다는데 모르고 있다가 구입. 시대흐름과 상관없이 인물과 배경 위주로 풀어가는 이야기라 그냥 편하게 지식 습득하는 셈 치고 읽기에 좋다. 이번 이야기는 중공군의 전쟁의 신이라고 불리웠던 임표(린뱌오), 김일성과 중국 수뇌부 사이의 친소관계 변천사, 모택동의 부인 장청(장칭), 중국 외교관 고유균(구웨이쥔)을 주로 다룬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은퇴한 할아버지가 옛날(의 좋은시절)을 회상하면서.. "어 그놈 예전에 누구랑 뭐하고 어떻게 살았고 ***와 말썽도 피우고 그랬는데 그리 나쁜놈은 아니었어.." 로 흘러가는 것 같아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 것 같으나, 일단 접하기 어려웠던 1900년대 이후의 중국현대사의 현장감을 살펴보기에는 여전히 좋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구웨이쥔, 서양에는 Wellington Koo 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중국 외교관의 일생도 흥미롭다. 군벌, 국민당과 공산당의 판도가 급변하는 와중에 외교관료로 균형을 잡고 계속 최고의 지위에 있었던 사람. 나중에 ICJ 재판관/부소장까지 지낸뒤 (이런 분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 처음 알았음) 1985년에 97세로 사망.
"외교는 담판이다. 중국인은 툭하면 산산조각나는 구슬(옥)이 될 지언정 온전한 기와는 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외교문제는 이와 별개다. 개인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영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만 고집하는 사람을 외교무대에 내보내면 나라가 절단난다. 담판은 타협이다. 상대방의 처지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목표의 50%에서 1%만 더 얻어내도 대성공이다." (358면) 요즘 열심히 활동하시는 어느 직업외교관님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2017.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