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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렵': 오윤, 종이에 고무판 채색, 25.5×31 cm,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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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 마을': 오윤, 목판에 채색, 22.7×17 cm, 1984년.
평범한 우리 이웃을 주로 그렸던, 민중들을 사랑한 판화가이자 화가인 오윤의 작품과 생애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향교가 세워진 곳은 그 일대의 중심이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웠습니다.
이제 작품을 볼까요? 멀리 병풍으로 두른 듯 완만한 산이 길게 뻗어 있고, 아담한 작은 산이 향교를 감싸고 있습니다.
앞산과 멀리 보이는 산 사이는 여백을 남겨 그 사이 넓은 공간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아마도 너른 평야와
여러 마을이 그 사이에 있었겠지요.
산속에 포근히 안긴 향교는 여러 채의 건물을 갖추고 있어 제법 큰 규모입니다.
향교 밖으로는 민가 한 채가 섰고 은행나무인듯한 커다란 나무가 마을 들머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계절은 언제 일까요? 나무에 잎은 없지만 향교를 감싸고 있는 작은 동산이 푸른빛이고 햇살이 따뜻한 걸 보면
아마 봄이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의 끝자락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지요. 만약 여러분이 이 향교 마을을 방문해 그림 속의 풍경을 그대로 보려면,
어디서 봐야 할까요? 아마도 손오공처럼 구름 위에서 보든지, 아니면 새처럼 하늘에 올라 내려다 봐야하겠지요.
우리 전통 그림들은 이 작품처럼 새가 하늘에서 내려다 본 듯 '부감법'으로 그려진 것이 적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여러분은 손오공이나 새가 되어 '향교 마을'을 구석구석 내려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다색 목판으로 제작된 '향교 마을'은 사람을 즐겨 그린 오윤의 작품으로는 아주 드물게 한 사람도 나오지 않는 풍경화입니다.
다색이란 여러 색, 목판화란 나무판을 재료로 한 판화라는 뜻입니다. 다색 목판은 본래 색의 수만큼 판을
다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가의 의도에 의해서 한 두 개의 판만을 제작해 찍은 다음 나머지는 색을 칠하기도 합니다.
판화는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불교 경전이나 책 출판을 위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한편 초등학교 1학년 때 몽당연필을 의인화한 '나는 연필이다'로 교내 백일장에서 1위를 하기도 했던 오윤은,
미술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공부 보다는 혼자 우리 나라 전국의 산야와 사찰을 여행하며
한국적인 미와 문화를 찾아 다녔습니다. 또 경주 불상이나 민화같은 그림과 전통 예술인 판소리, 탈춤, 농악, 도깨비 설화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습니다.
특히 오윤은 전통적인 우리 목판을 연구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그 틈틈이 주변의 사람,
세상 살아가는 모습을 꾸준히 관찰하고 사람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우리 나라 최고의 목판화가로 우뚝 섰지요.
김장, 천렵, 범놀이, 아이들의 노래 등이 바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 사람과 가족을 표현한 그의 대표 작품들입니다.
◇오윤(1946~1986년)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농부가 되고자 했으나 학교 선생님이자 소설가인 아버지 오영수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습니다. 특히 판화를 꾸준히 연구해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판화가가 되었습니다. 40 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986년 한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난 2006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 주기 추모전 '오윤, 낮도깨비 신명마당'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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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 4. 13 부산~1986. 7. 5 서울.
1980년대 민족·민중 미술운동을 대표하는 미술가.
전통 미술양식에 대한 해박한 이해에 기초하여 민중의 삶의 체취가 깊게 담긴 전형적인 민중상을 각인해낸 목판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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