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5년 8월 29일
구 간: 백양사역 - 백양사역-개천 제방길-성미산 임도-장성호-부흥리-장성역 (22km)
전남 14길(행복길)
용산역에서 6시30분발 무궁화열차로 4시간 만에 백양사역에 도착한다. 처서가 지난 터라 아침저녁으로는 선들매가 치는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으니,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삼남길 전남구간을 14구간으로 나뉘어 백양사역에서 해남 땅 끝 마을까지 225km를 이어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흥선대원군이 호남을 평하면서 문불여장성(文不如長成)이라 했다. "학문으로는 장성만한 곳이 없다"라고 하였는데, 학문과 선비의 지조를 확인할 수 있는 필암서원, 고산서원, 봉안서원 등 서원과 사우가 많다. 특히, 필암서원은 호남지방의 유종(儒宗)으로 추앙받는 하서 김인후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장성사람들의 꼿꼿한 선비정신과 자존심의 뿌리가 된다.
백양사역을 빠져나와 가장 먼저 만난 곳이 창의비각(倡義碑閣)이다. 전남유형문화재 120호인 “호남오산 남문창의비(湖南鰲山 南門倡義碑)”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장성현 남문에서 세 차례에 걸쳐 의병에 참여한 선열들을 기념하기위해 세운비각이라 한다. 호남지방의 기풍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호남선(기차) 토끼 굴을 빠져나오면서 곧바로 개천 둑으로 진행한다. 뚝 방에는 장성군의 상징인 아기단풍을 심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개천과 모현천이 만나는 합수머리는 징검다리도 없이 양말을 벗고 건너는 구간이다.
물길의 넓이가 5m로 어중간한 거리다. 잠시망설이고 있는 중에, 건너편에 있던 차량에서 신호를 보내온다. 고맙다는 인사도 하기 전에 차량은 내 앞에서 멈추고, 순식간에 개천을 건너는 행운을 얻는다. 작은 일이지만 남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호남인들의 인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기분 좋은 삼남길을 이어간다. 백양사휴게소를 지나 삼성농원 앞에서 앉은뱅이 다리를 건너 작동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입구에서 또 하나의 비각을 만난다. 전남유형문화재 162호인 서능정려비다. 서능(徐稜)은 고려 때 사람으로 문하시중(門下侍中)의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어머니를 봉양한 하늘이 내린 효자라고 한다.
작동마을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왼쪽으로 돌아서면 산길이 시작된다. 박산작동길이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수성리로 가는 포장도로와 헤어지는 삼거리길에서 성미산 등산로 표지판을 만난다. 이 지점부터 장성호까지 8km 비포장 길이 시작된다.
구절양장(九折羊腸)이 따로 없이 구불구불 산 비알을 돌고 돌아 성미산(330m)등산로 입구를 지나 8부 능선으로 난 임도를 따라 간다. 비포장에 밤자갈이 가득 깔린 임도, 말이 쉽지 여간 고생이 아니다. 울창한 수림 속에 청정 공기를 마셔보지만, 발바닥에 느껴지는 통증을 어찌 감당할 수 있는가.
어찌 이런 곳으로 삼남길을 인도 하고 있는지. 아마도 장성호의 아름다운풍광과 원시림속의 청정공기를 선물하려는 배려가 아닌가 싶다. 신선한 산소를 논한다면, 축령산 편백나무 숲을 빼놓을 수가 없다.
장성군이 자랑하는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한 인간의 집념이 일구어낸 성공사례다. 전북 고창과 경계를 이룬 축령산(621.6m) 일대에는 4~5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778ha에 걸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임종국 선생이다.
6·25동란으로 황폐화된 야산에 1956년부터 21년간 나무 심는 일로 한평생을 몸 바쳐 전국최대 상록수림대를 조성하는데 성공하였다. 자신의 땅도 아닌 국유지에 나무 심는 일에 모든 가산을 내어주고도 그 일을 멈출 수 없었던 선생은 다 자란 나무를 담보로 빚을 얻어 계속 나무를 심었다.
결국은 빚을 감당하지 못해 평생 가꾸어온 나무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고 그의 운명도 함께 하고 말았다. 산림청에서는 2001년 숲을 가꾼 공로를 인정하여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하고, 그 숲을 사들인 후, 고(故) 임종국 조림지로 命名하고, 2005년에는 한평생을 바친 숲에 수목장(樹木葬)으로 모시게 되었다. 울창한 숲에서 뿜어내는 피톤치트의 향을 찾아 모여드는 사람들의 행렬이야말로 임종국 선생의 소망일 것이다.
2시간동안 고통을 참아내며 장성호 수변공원에 도착한다. 장성호 제방위로 올라서면 산자락을 파고들며 물길이 이어지고, 인간의 위대함을 실감하게 된다. 장성호는 영산강지류인 황룡강상류에 있는 인공호수이다.
영산강유역 종합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1976년 높이36m, 길이603m의 장성댐이 건설되면서 총 저수용량 8,970만t의 물을 확보하여 유역면적 6.87㎢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장성호에서 시작하는 삼남길은 황룡강(黃龍江) 줄기 따라 둑방으로 이어진다.
황룡강은 입암산과 병풍산이 어우러지는 용흥사계곡에서 발원하는 영산강 제1지류이다. 장성호에서 모아진 물이 50여 km를 이어가며, 장성분지와 광산구를 살찌우고, 유계동에서 영산강과 합류한다.
삼복더위를 지났다고는 하지만, 한낮에는 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머리위로 쏟아진다. 첫새벽에 집을 나섰지만, 백양사에 도착한 시각이 10시30분이고, 성미산 둘레길을 다녀오는 동안 오후 2시가 넘었다. 그늘하나 없이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시간이라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이럴 때 요긴하게 사용하는 물건이 바로 골프 우산이다. 비가 올 때는 당연히 우산이지만, 산길을 갈 때는 지팡이로, 오늘 같은 날은 양산으로 제격이다. 황룡교에서 다리를 건너 반대편 제방을 따른다. 장성JC를 지나 부흥교 입구에서 동쪽으로 부강2차APT를 바라보며 호남고속도로와 1번 국도를 횡단하여 부강2차APT옆길로 진행한다.
장성교를 건너 단풍로를 따르면 보해양조공장이 시야에 들어오고, 장성읍내로 입성한다. 장성군은 1읍 10개면에 4만6천명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오후 5시 장성역에 도착하며 14구간 22km를 무사히 완주하고 파레스장에 여장을 푼다.
작동마을 정자
성마산등산로 삼거리
성미산
장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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